지식이 늘어나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이는 타당한 생각입니다. 몰랐던 위험을 알고, 과거의 사례를 배우며, 선택지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면 피할 수 있는 실수도 늘어납니다. AI는 그러한 지식에 빠르게 접근하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식이 아무리 늘어나도 인간에게 변하지 않는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같은 인생을 여러 번 시험해 본 뒤 가장 좋았던 결과만 선택해 남길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다른 지역에서 살지, 지금 있는 곳에 남을지를 고민한다고 해 봅시다. 생활비, 일자리, 교육, 교통, 기후 등에 관한 많은 정보를 모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선택을 한 사람들의 경험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더라도 이사한 자신과 남아 있는 자신을 동시에 살아 보고 몇 년 뒤 두 삶을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지식은 선택을 비춰 주지만, 선택하지 않은 삶을 실험군으로 보존해 주지는 않습니다.
이 사실은 지식의 가치를 낮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식에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해 줍니다. 지식은 미래를 완전히 결정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구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자신이 어떤 조건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확인하고, 선택한 뒤에는 ‘왜 그렇게 결정했는가’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AI가 많은 사례를 보여 줄 때, 우리는 평균적으로 잘된 선택을 자신에게도 적용하고 싶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조건처럼 보이는 사람이라도 지키고 싶은 관계, 사용할 수 있는 시간,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은 다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지식을 이용해 미래의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과 과거의 결과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는 것은 다릅니다. 지식은 판단의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 사람이 무엇을 잃고 싶지 않은지까지 자동으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AI와 지식을 사용할 때에는 “무엇이 옳은가?”뿐 아니라 “이 지식은 내 판단의 어떤 조건과 관련되어 있는가?”도 물어야 합니다. 어떤 통계가 중요한 것은 그것이 우리의 선택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경험이 중요한 것은 우리가 놓치고 있던 가치를 알아차리게 해 주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정보는 양이 많다고 해서 우리의 선택과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판단의 관계가 보일 때 비로소 우리의 선택과 연결됩니다.
Sai*aus가 지향하는 것은 지식을 늘리는 것과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는 것을 동일시하지 않는 것입니다. AI는 많은 정보를 정리하고, 서로 다른 관점을 보여 주며, 판단에 필요한 조건을 분명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 위에서 인간이 “이런 조건이라면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 있습니다. 지식은 답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유한한 삶 속에서 선택을 이해하기 위한 발판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안 뒤에 삶을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배우면서 선택하고, 선택하면서 새롭게 배우며, 그 결과를 다음 판단으로 가져갑니다. AI가 지식에 접근하는 속도를 높여도 이 순서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지식이 많아진다고 인생을 몇 번이고 다시 시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가?”만이 아닙니다. 그 지식을 통해 우리가 해야 하는 단 한 번의 선택을 어디까지 이해할 수 있는지도 우리에게 주어진 질문입니다.
답이 아니라, 이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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